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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방영된 tvN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는 김은숙 작가가 창조한 독창적인 세계관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작품입니다. 현실과 평행한 세계인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이곤 황제가 차원의 문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사건과 로맨스를 그렸습니다. 이 글에서는 작품의 핵심 설정인 대한제국, 차원의 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설계한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 구성 방식을 분석해 봅니다.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

    대한제국: 가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또 하나의 조선

    ‘더 킹: 영원의 군주’의 중심은 현실과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가상의 국가 ‘대한제국’입니다. 이는 조선 왕조가 망하지 않고 입헌군주제로 발전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현실의 대한민국과 유사한 지리와 현대 기술을 지녔지만, 정치 체계는 황제가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구조를 유지합니다.

    작품 속 대한제국은 단순한 상상 속 공간이 아니라, 현실감을 극대화한 디테일로 구축되었습니다. 고풍스러운 궁궐과 황제 전용 열차, 의전 체계 등은 철저한 고증과 창작이 어우러진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배경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또 하나의 현실’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이곤 황제는 천문학과 수학에 능한 현대적인 군주로, 권위와 실용주의를 모두 갖춘 인물입니다. 그가 이끄는 대한제국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약 한국이 공화국이 아니라 군주제를 유지했다면?"이라는 가정을 시각화하며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세계관 중심 서사로,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몰입감을 제공하며 문화적 다양성과 역사적 상상력의 가능성을 확장시켰습니다.

    차원의 문과 시간의 균형: 복합 세계관의 핵심 장치

    드라마의 또 다른 핵심 요소는 현실의 대한민국과 대한제국을 잇는 ‘차원의 문’입니다. 이 문은 단순한 공간 이동을 넘어, 시간과 기억, 운명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장치로 설계되었습니다.

    차원의 문은 이곤 황제의 전설 속 무기인 ‘만파식적’을 통해 열 수 있으며, 이 문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음모가 드라마의 주요 갈등 구조를 형성합니다. 특히, 동일 인물이 두 세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설정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던집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정태을은 대한민국에서는 형사이지만, 대한제국에서는 다른 이름과 신분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평행세계 설정은 각 세계의 인물과 사건이 어떻게 얽혀 있으며, 하나의 선택이 다른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이 장치는 시간 왜곡, 기억의 변화, 세계 간 균열 등 다양한 SF적 개념을 드라마에 접목시켜, 단순한 로맨스 이상의 서사적 깊이를 구현해 냈습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두 세계의 균열과 과거 개입, 미래 예측 등의 복합적 요소가 추가되며, 김은숙 작가 특유의 밀도 높은 스토리 구성이 빛을 발합니다.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 구축 방식: 로맨스를 넘는 구조적 이야기

    김은숙 작가는 그간 ‘도깨비’, ‘태양의 후예’, ‘시크릿 가든’ 등 로맨스 장르에서 큰 인기를 끌어온 작가입니다. 하지만 ‘더 킹’에서는 기존의 감성적 스토리텔링을 넘어, 다층적이고 구조화된 세계관 중심의 서사를 시도했습니다.

    ‘더 킹’은 단순히 로맨스를 위한 배경으로 세계관을 만든 것이 아니라, 세계관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이 되도록 설계됐습니다. 대한제국이라는 허구의 국가, 차원의 문이라는 판타지 장치, 시간과 기억의 흐름을 조절하는 메커니즘 등은 모두 이야기의 중심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김은숙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기존 로맨스 중심 드라마 문법에서 탈피하여, 장르적 융합에 도전했습니다. 판타지, SF, 정치극, 미스터리, 로맨스를 혼합하면서도 중심 서사를 놓치지 않는 균형 잡힌 구성력은 국내 드라마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또한 대사 하나하나에도 세계관적 맥락을 반영해, 시청자들이 반복 시청을 통해 더 많은 암시와 복선을 발견하게끔 유도했습니다. 이는 K-드라마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더 깊이 있고 다층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더 킹: 영원의 군주’는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라, 정교하게 구성된 세계관과 복합적인 스토리라인이 어우러진 K-판타지의 대표작입니다. 대한제국, 차원의 문, 시간의 균형이라는 설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상상력의 확장을 선사했으며, 김은숙 작가의 진화된 서사력 또한 돋보였습니다.

    만약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 넷플릭스에서 ‘더 킹’을 만나보세요. 드라마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세계에 빠져드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